(리뷰📚) 『모비 딕』 "진리란 무엇일까?"

🔎 오늘의 책 소개

모비 딕 / 허먼 멜빌 

모비딕(무삭제 완역본) | 허먼 멜빌 - 교보문고

 
 표면적인 줄거리는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는 고전소설이다.
 
고래 백과사전이라 느껴질 만큼 고래에 관한 각종 설명이 어마어마해서 독서 난도가 높았다. 고래에 관한 묘사는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엄청난 연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이 책의 핵심

 마냥 스릴 넘치는 고래 사냥이라기보다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기독교 세계관을 차용한다. 성경 구절도 자주 인용하는데 소설의 소재가 고래인 만큼 바다 괴물(=리바이어던, ≧고래)이 등장하는 구약성경 욥기와 요나서의 등장 빈도가 특히 높다. 

️️✏️ 하이라이트 리뷰 (스포 0)

1. 복수의 대상, 모비 딕
 
 주인공 이슈마엘은 고래잡이를 하러 피쿼드호에 탑승하게 된다.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해브는 오래전에 모비 딕이라는 흰 고래를 잡으려다가 실패해 한쪽 다리를 잃어버렸다.

이후 삶의 목표가 모비 딕을 잡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에이해브의 복수전에 주인공 이슈마엘을 포함한 선원들도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복수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슈마엘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이슈마엘(이스마엘):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여종 하갈을 통해 낳은 아들.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의미.
*에이해브(아합):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북이스라엘의 왕. 하나님을 대적하고 우상을 숭배했다. 

2. 고래 뼈에 대해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 고래 모비 딕을 죽이고자 복수심에 불타는 에이해브는 모순적이게도 고래 뼈를 의족으로 삼는다. 모비 딕을 향한 그의 적개심은 대단히 광적이며 인생에 다른 목표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모비 딕의 동족인 고래의 뼈로 자신의 약점이자 치부를 보완한다.

이는 에이해브에게 모비 딕은 죽어 마땅한 증오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에이해브의 존재에 대한 반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증오가 바로 에이해브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나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는 중에 에이해브의 고래 뼈 의족이 파괴된다. 목수인 선원이 부서진 선박의 구조재로 또 다른 의족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선원들의 거듭된 만류에도 끝까지 광기를 내뿜던 선장은 증오와 함께 영원히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 평점과 감상

 
★★★★☆ (4.5/5.0)
 
 기독교 세계관을 담고는 있지만 반기독교적인 묘사도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원색적인 혐오라기보다는 저자 허먼 멜빌의 진리를 향한 탐구와 해결되지 않은 영적 질문에 의한 갈증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는 (1) 기독교뿐만 아니라 (2)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빈번히 나온다. 그리고 소설의 소재인 (3) 리바이어던(≧고래)은 바다에 사는 엄청나게 강한 미지의 피조물이다.

저자가 다루는 이 세 가지는 모두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것으로, 더 큰 진리를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허먼 멜빌은 긴 여정을 에이해브의 죽음으로 끝맺었다. 하나님을 대적해 비극적인 말로를 맞이했던 아합왕과 같은 설정이기도 했겠지만 모비 딕과의 싸움으로 희생된 선원 중에는 독실한 기독교인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라는 뜻을 가진 이슈마엘을 생존시킴으로써 아직은 다다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진리를 갈망한다는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었을까?